코스피 4000 시대, 급등락 속 개미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넘어섰습니다. 한때 3000만 넘어도 대단한 일이라던 시장이, 이제는 4000을 넘었다고 해도 그리 놀라지 않을 정도로 시장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숫자의 기쁨도 잠시,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요동치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방향을 바꾸는 차트 앞에서 개미 투자자들은 또다시 혼란에 빠집니다. 급등하면 따라잡고 싶고, 급락하면 다 팔아버리고 싶어지는 심리는 결코 개별 투자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냉정해야 합니다. 시장이 흔들릴수록 중심을 잡는 사람이 결국 살아남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같은 장세에서 개미 투자자가 지켜야 할 원칙은 무엇일까요? 숫자에 매몰되면 중심을 잃는다 많은 투자자들이 '코스피 4000'이라는 숫자에 주목합니다. 이는 분명 상징적인 이정표입니다. 그러나 숫자가 곧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주가지수는 시장 전체의 평균일 뿐이며, 개별 종목은 그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코스피가 올랐는데도 내 계좌는 파란색으로 물든 날이 많다는 것을 투자자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것입니다. 즉, 지수의 상승이 곧 내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수가 많이 올랐을수록 단기 조정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기도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전체 흐름보다는 내가 투자한 종목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 기업이 여전히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수익 구조가 안정적인지, 시장에서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공포와 탐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워렌 버핏이 한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남들이 탐욕을 부릴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을 가져라.” 지금 시장은 두 감정 사이를 빠르게 오가고 있습니다. 개미 투자자들이 가장 큰 실수를 하는 순간은 바로 이때입니다. 공포에 휩쓸려 싸게 팔고, 탐욕에 이끌려 비싸게 사는 것이죠. 급락하는 장에서 손절한 뒤, 며칠 만에 반등하는 걸 보...

에너지인플레이션, 금리보다 무서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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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단순히 전기요금이나 기름값만 걱정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오늘은 ‘에너지인플레이션’이란 개념을 중심으로, 왜 이것이 경제 전반의 구조적 리스크가 되고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경제의 흐름 속에 숨어 있는 에너지 비용의 파급경로와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에너지인플레이션, 단순한 연료비 상승이 아니다 에너지인플레이션이란 말 그대로 ‘에너지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그 상승이 일반 물가 및 경제 활동에 내재화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단순한 연료비 급등이 아니라, 산업과 소비 모두가 그 영향을 받아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의 동시발생 가능성을 내포한 개념입니다. 이렇게 보면 에너지인플레이션은 단순히 ‘연료가 비싸다’는 수준을 넘어선 구조적 위험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왜 지금 에너지인플레이션이 중요한가 최근 몇 년간 세계 경제가 겪어온 흐름을 보면, 에너지인플레이션이 왜 지금 커다란 이슈인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첫째, 공급 측면의 충격이 컸습니다. 팬데믹 이후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는 가운데 공급망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았고, 또한 특정 지역에서 원유·천연가스 공급이 제약을 받으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둘째, 에너지는 거의 모든 산업의 비용구조에 깊숙이 들어가 있습니다. 전기·가스·연료가 비싸지면 제조업·운송업 등의 생산비가 올라가고, 그 결과 가격 인상 압력이 소비재·서비스로 전파됩니다. 셋째, 정책 대응의 난이도가 높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중앙은행이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을 고려하지만, 동시에 경기 침체의 위험도 커지고,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동시에’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외국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수입 에너지 의존도가 높거나 전력·가스 요금 구조에서 에너지 가격 변화에 민감한 경제구조라면,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쉽습니다. 가계, 기업,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가계의 부담 가중 에너지인플레이션은 ...

임금피크제, 고령화시대 생존전략인가 세대 갈등의 불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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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고 싶다’는 노인의 외침, 사회는 준비됐는가 한국 사회는 빠르게 늙어가고 있습니다. 기대수명은 길어지고 있지만 정년은 여전히 60세 전후에서 멈춰 있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나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건강하고 일할 수 있는 나이에 소득이 끊기는 상황은 당사자 개인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등장한 제도가 바로 ‘임금피크제’입니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연장해주는 대신 일정 나이 이후 임금을 낮추는 제도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숙련된 인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근로자 입장에서도 급여는 줄어들지만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얼핏 보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제도 같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임금이 줄어드는 순간, 삶의 무게는 더 무거워진다 임금피크제가 처음 제도화되었을 때,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했습니다. 정부는 고령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명예퇴직의 다른 이름’이라는 비판도 있었고, 실질임금 하락에 따른 생계 위협이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문제는 임금이 줄어드는 폭이 만만치 않다는 데 있습니다. 고령 근로자들은 대부분 자녀 교육비나 주거비 등 지출이 여전히 많은 세대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월급이 30%, 심지어 50%까지 줄어들면 생활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연봉이 높은 일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설계된 임금피크제가 중소기업 근로자에게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세대 간 균형인가, 세대 간 갈등인가 임금피크제는 단순한 인사정책이 아니라 세대 간 경제적 분배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고령자의 자리를 줄여 청년에게 일자리를 주자는 논리는 얼핏 설득력 있어 보이지만, 청년층 일자리 부족의 본질적인 원인을 회피하는 미봉책일 수 있습니다. 기업이 임금피크제로 절감...

구인배수 0.42 의미와 고용 절벽, 산업 전환이 해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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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인배수’라는 말을 처음 듣는 분도 계실 겁니다. 구인배수란 구직자 1명당 기업이 내놓은 일자리 수 를 뜻하는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구인배수가 1.0이면, 한 명의 구직자에게 하나의 일자리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구직자는 일자리 선택의 폭이 넓고, 기업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구인배수가 낮아질수록 구직자에 비해 기업이 내놓은 일자리가 적어, 구직난이 심각하다는 뜻이 됩니다. 이 지표는 고용시장 분위기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바로미터입니다. 그런데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0월 기준 우리나라 구인배수는 0.42 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 입니다. 다시 말해, 구직자 두 명에게 겨우 일자리 하나도 채 안 되는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이 숫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명확합니다. 지금 한국 경제의 고용시장은 어디쯤 와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고용시장, 왜 이토록 냉각됐나 구인배수 0.42라는 숫자는 그 자체로 고용시장이 꽤 심각한 상황임을 말해줍니다. 신규 구직자 수는 줄었지만, 그보다 훨씬 빠르게 신규 구인 수가 줄어들면서 수치가 바닥을 친 것입니다. 특히 제조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한 전통 산업에서 채용이 위축됐다는 점이 두드러집니다. 실제로 제조업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고금리, 수출 부진 등의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습니다. 건설업 역시 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 분양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신규 고용 여력이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그 결과, 수많은 구직자들이 이른바 ‘일자리 절벽’ 앞에 서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산업이라는 건, 하나가 지고 나면 또 다른 하나가 뜨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다른 하나’가 자라나고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산업 전환, 고용 반등의 가능성 정부는 AI를 포함한 디지털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 기반 산업은 단순히 몇몇 ...

글로벌 공급망 재편, 리쇼어링과 프렌드쇼어링이 부상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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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연결돼 있고, 경제는 그 연결 위에서 움직입니다. 과거에는 세계 어느 곳에서든 싸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게 정답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얼마나 싸게"보다, "얼마나 안정적으로"가 더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두 단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리쇼어링(Reshoring)과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입니다. 더 이상 값싼 노동력이 답이 아니다 1990년대 이후, 전 세계 제조업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중국과 동남아로 이동했습니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에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구조의 취약함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항만이 멈추고, 물류가 끊기자 생산 라인은 멈췄고, 기업들은 전 세계에 흩어진 공급망이 얼마나 불안정한지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거기에 미중 무역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까지 더해지며, 기업은 더 이상 비용 절감만을 추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공급망의 회복력(resilience) , 즉 위기 상황에서도 빠르게 대응하고 회복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해졌습니다. 리쇼어링, 다시 돌아오는 제조업 리쇼어링은 해외에 나가 있던 생산 시설을 다시 본국으로 가져오는 전략입니다. 일자리 창출, 기술 보존, 공급망 안정성 강화 등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반도체, 배터리, 의료기기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리쇼어링을 적극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합니다. 인건비가 높은 국가로 생산을 다시 이전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집니다. 따라서 리쇼어링은 제조업 전체가 아닌, 핵심 기술과 전략 산업 중심 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 조립보다는 고부가가치 공정 위주로 돌아오는 것이죠. 프렌드쇼어링, 신뢰할 수 있는 나라끼리의 협력 반면 프렌드쇼어링은 생산기지...

슬로우세션 진입한 우리경제, 성장보다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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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는 늘 자란다는 가정 아래 세워진 시스템입니다. 매년 GDP가 오르고, 수출이 늘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며, 개인 소득도 오를 거라는 전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가정이 점점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슬로우세션(slowcession)’, 즉 ‘느린 불황’ 혹은 ‘느린 성장의 덫’에 우리 경제가 빠져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매년 3~5%씩 자라던 경제가, 1~2% 성장도 버거워하는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그 속도에 좌절할 게 아니라, 그 속도 안에서 지속 가능성을 찾는 방향으로 우리의 시야를 옮겨야 할 때입니다. 성장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더 오래, 더 단단히 버틸 수 있는 경제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점입니다. 고성장의 종언, 그리고 슬로우세션 과거 한국 경제는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산업화, 수출 주도, 교육 투자, 고도 근로 시간이라는 네 가지 축이 고성장의 엔진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느 것도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습니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고 고령화는 OECD 최고 속도이며 제조업 중심의 수출은 경쟁국과 기술 격차가 좁아졌고 청년 실업률은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성장의 동력 자체가 약해진 상태 에서 과거와 같은 성장률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환상에 가깝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슬로우세션’입니다. 슬로우세션은 기술적으로는 ‘불황’은 아니지만, 체감으로는 불황과 다를 바 없는 상태입니다. 소비는 정체되고, 기업은 투자에 소극적이며, 정부의 재정 여력은 한계에 가까워집니다. 경제는 겨우 움직이지만, 어디로 향하는지 확신이 없습니다. 방향 잃은 항해와 같습니다. 왜 우리는 여전히 성장률에 집착할까? 문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경제를 판단할 때 성장률만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입니다. 성장률이 3%를 넘으면 희망을 말하고, 1%대로 떨어지면 위기를 외칩니다. 하지만 이미 성숙 경제에 진입한 국가들에겐 ‘낮은 성장’은 위기가 아닙...

디스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사이의 균형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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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를 보다 보면 "인플레이션 완화"라는 말과 함께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입니다. 얼핏 보면 디플레이션과 비슷해 보이지만, 경제학적으로는 명확히 구분되는 개념입니다. 문제는 일반인들에게 그 차이가 꽤나 추상적이고, 가끔은 헷갈릴 만큼 비슷하다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이 용어를 정확히 이해하면, 물가 흐름을 읽고 향후 경기 방향을 예측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디스인플레이션이란 무엇인가 디스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물가가 계속 오르긴 하지만 그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물가상승률이 작년에는 6%였고 올해는 4%라면, 여전히 인플레이션 상태지만 디스인플레이션이 나타난 것입니다. 반면, 디플레이션은 물가 자체가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차이를 분명히 알고 있어야, 경제 뉴스나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 발표가 보다 명확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왜 디스인플레이션에 주목해야 하는가 디스인플레이션은 왜 중요할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 현상은 경제의 체온계를 보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물가상승률이 둔화된다는 것은 수요가 줄고 있거나 공급이 개선되고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예전만큼 지갑을 열지 않고, 기업들 또한 생산비용을 줄이며 가격 인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때 디스인플레이션이 나타납니다. 이와 같은 상황은 때로는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공행진하던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든다면 실질소득이 개선되고, 가계의 소비 여력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가격 불확실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수월해집니다. 또한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금리 인하를 검토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므로,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 여력도 확보됩니다. 디스인플레이션의 그림자 하지만 항상 좋은 신호만은 아닙니다. 디스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거나, 수요 위축에 따른 물가 하락이라면 이는 경기 침...